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수업을 하다 초등학교 5학년 남학생들이 하는 말때문에 한참 웃었던 생각이 납니다.
아이들은 뜬금없이 "선생님! 우리 나라 드라마보면 꼭 이래요~!"
라고 하면서 자신들이 드라마를 보고 느낀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군요.
1. 드라마엔 주인공 남녀중에 한 명은 꼭 재벌이예요
2. 드라마에 등장하는 재벌들은 꼭 결정적인 순간에 뒷목을 잡고 쓰러져요.
3. 주인공은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 죽지 않는다. 하지만 악당은 결정적 한 방에 맥없이 죽어요.
4. 드라마에 등장하는 시어머니는 다 악독해요.
이것말고도 굉장히 많았는데 더이상은 잘 생각이 안나지만 아이들이 이렇게 느낄 정도로 우리나라 드라마가 정형화 되어 있구나 싶어서 웃기기도 하고 씁쓸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드라마의 우울함을 깨는 신선한 드라마가 저를 즐겁게 해주네요.
바로 TvN의 "응답하라 1994"
전작 1997의 그림자때문에 그 아류작쯤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응답하라 1994는 전작을 훨씬 뛰어넘는 재미와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일단 가장 눈에 띈 건 출연자들의 연기력.
전작은 솔직히 연기자들의 사투리가 살짝 어색했던 게 사실입니다.
경상도 토박이인 제 눈에 비친 느낌은 그랬습니다.
지방과 사투리의 묘한 경계, 그것을 소재로 삼았다는 것부터 제 마음을 사로잡았더랬습니다.
또 특색있고 재미난 캐릭터의 조합과 그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고 드라마시간(40분)이 너무나 짧게만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현재 1~4화까지가 방송 되었는데 모든 회가 다 주옥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중의 4화를 중심으로 보겠습니다.
여기가 이야기의 주무대가 되는 서울 신촌의 어느 하숙집
평균 한 끼에 먹는 밥과 반찬량이 산을 이루는 곳입니다^ ^
여기 경남 마산에서 올라온 쓰레기(정우, 맛도 멋도 모르는 놈이라서 붙여진 별명^ ^;;)
/ 연대 야구부에 스카웃 된 야구천재 칠봉이(유연석) / 경남 삼천포에서 올라온 삼천포(김성균) /
순천시 버스회사 막내아들 약간 뺀질이 해태(손호준) / 충북 괴산에서 올라와 의대 1년에 다니는
빙그레(바로) / 전남 여수에서 올라 온 서태지 마니아(조윤진) 그리고 주인집 부부(성동일, 이일화)와 주인집 딸 성나정(고아라)가 살고 있지요.
지방에서 올라 와 촌놈티 안내려 애쓰는 컴퓨터공학과 1학년들.
이들의 사투리배틀이 펼쳐지는 식사시간은 폭소를 자아내며 진한 정겨움을 안겨줍니다.
위 사진은 밥 먹다가 씨레기 형님이 1달이 넘도록 자신들의 이름을 못외우자 순천 버스회사 막내아들 해태가 한소리 했다가 숟가락몽댕이로 머리를 한대 쥐어박히는 장명입니다.
"고마싫으면 주디를 확 잡아쨋뿔라마...!" (싫으면 입을 확 잡이찢어놓겠다.)
이 말을 못 알아듣는 해태는 삼천포의 해석을 듣고서야 그 말을 이해를 합니다.
이런 모습들이 넘 자연스러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 지더군요.
그런데 오늘은 주인집 부부가 마산에 일이 있다며 집을 떠난 날,
주인집 딸인 나정이가 아침부터 일어나 하숙생들을 위한 밥을 하고 하루종일 집을 쓸고 닦고 하고 있습니다.
평소와 달리 말도 별로 없고 식사시간에 안 쓰던 모자도 푹 눌러쓰고 말입니다.
사실 이 날은 나정이 오빠의 기일이었던 것입니다.
나정은 자신의 아프고 우울한 마음을 들키기 싫어 이렇듯 모자를 눌러쓴 것이었습니다.
미친 듯 집안 일을 했던 것도 한시라도 오빠의 죽음에 대한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구요.
아들의 제사를 챙기고 돌아오는 길의 나정의 부모님들 역시 그 안타까운 마음때문에 아파합니다.
아들이 죽은 사실이 세월이 지나면 무뎌질 줄 알았더니 세월이 갈수록 미치도록 더 보고 싶다는 어머니의 대사.
그녀의 그런 마음은 콩나물을 다듬으면서 데가리를 다 떼고 있는 습에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런 심정을 너무나 잘 현하는 있는 이일화씨.
( 드라마에서 그녀의 연기가 빛을 발하며 보는 즐거움을 배가 시켜주는군요.)
그런데 정의 오빠는 왜 죽은 것일까요? 이 또한 시청자에게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드라마를 보면서 가슴 뭉클하게 했던 장면이 있습니다.
서울로 사랑하는 아들을 유학보낸 어머니들은 TV에서 서울에 관한 뉴스만 나오면 귀를 쫑긋세우고, 안 좋은 기사가 뜨면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들에게 전화부터 겁니다.
화재가 나면 혹시 우리 아들이 있는 곳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 신입생환영회에서 사망한 여학생 소식에 우리아들은 괜찮을까...
순천에서 올라 온 해태는 이런 전화가 귀찮기만 한데,
어느날,
순천 어느 아파트에서 큰 가스폭발사고가 나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는 사건이 발행합니다.
하지만 어머니와는 연락이 되지않고...
다행히 어머니의 무사를 확인한 해태는 그동안 어머님이 새벽같이 일어나 아버지도 주지 않고 아들을 위해 정성썩 만들어 준 무화과 쨈을 퍼먹습니다.
그동안 손도 안댔던 무화과 쨈.
이렇듯 이 드라마는 일상의 잔잔함.
그 잔잔함이야말고 가장 큰 감동이고 신선함이 됨을 일깨워줍니다.
그리고 달콤쌉싸름한 첫사랑의 이야기
지금 나정은 첫사랑의 설레임을 겪고 있는 중입니다.
그녀의 마음을 흔들고 있는 사람은 사로 씨레기(정우)
맛도 멋도 모르고 공부밖에 모르는 의대 본과 3학년.
어릴때 오빠의 둘도 없는 친구. 오빠가 죽고 난 후에 오빠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이 오빠
워낙 허물없이 지내 온 사이라 과년한 아가씨 무릎에 철썩 누워버리는 이 무감각 오빠.
칠봉이가 삼풍백화점에서 비싸게 사온 과일을 먹다가 과즙을 나정의 다리에 흘리고는 손으로 쓰윽 닦으려는 오빠.
나정에서 철저히 응징답합니다.
또 이렇게 뒤에서 껴앉고 "너 나한테 시집올래? 내가 잘해줄게."
라고 말하는 정우의 속마음은 뭘까요?
아마 그도 나정을 좋아하는 건 아닐까요?
그런 그에게 심호홉하고
"내 좋아한다고 오빠 좋아한다. 사랑한다." 라고 고백하는 나정
그러나 그 날이 마침 4월 1일 만우절.
정우는 나정이 장난 칠 걸로 받아들여버립니다.(어쩜 그도 나정의 마음을 알면서 당황해서 장난으로 넘겨버린 것일 수도...)
그런 나정이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가 있었으니...
나정이 아버지가 사위삼고 싶은 후보 1위 야구천재 칠봉이.
오빠의 딸따리(슬리퍼)를 찾는 나정의 말을 듣고 순간 다른 걸 연상하고 당황한 칠봉의 모습이 귀엽고 코믹하기만 하네요.
나정만 보면 어쩐지 웃음이 나고 귀여운 칠봉이
예쁨을 버리고 완벽 나정으로 빙의한 연기자 고아라의 매력에 시청자도 나정앓이를 하고 있으니까요. 그녀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저건 나구나 하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시간은 타임머신을 타고 2013년 상암동 나정의 집
이들은 이제 40을 코앞에 둔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들은 나정의 집에 모여 나정의 결혼식 비디오를 보고 있는 중입니다.
2002년 6월 22일 토요일날 나정이 결혼식을 했군요.
신랑은 김. 재. 준
과연 김재준은 위의 하숙생들 중 누구일까요?
마치 자신의 집인양 편안하게 웃을 벗고 방으로 가는 이 남자는 누구일까요?
나정의 부모님의 나정오빠 기일에 제사를 지내고 집으로 오면서 사온 통닭을 맛있게 뜯던 하숙생중에 빙그레가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야 칠봉이 소금좀 줘, 야 준아!!“
그렇습니다.
제가 추측하기로는 야구천재 칠봉이가 나정의 남편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
드라마를 끝까지 봐야 나정이 남편의 정체를 정확히 알게되겠지요^ ^
끝으로 드라마보면서 깜작 놀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나정의 상암동집에 모여서 비디오를 보고 있는 다섯 남자들 중의 이 잘생긴 남자는 누구일까?
다섯 하숙생중에 누구지? 했는데 순천 버스회사 아들 해태였습니다.
제가 느끼기엔 이 배우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냥 생긴 거 그 자체로 천상 배우구나 싶었습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 제 전공도 컴퓨터공학과 입니다.
지금은 컴퓨터강사를 하고 있구요^ ^
이드라마의 캐릭터들이 학교에 모여서 공부하고 있을 때 칠판에 쓰여 진 내용.
저와는 너무나 익숙한 내용이라 정말 반가웠습니다^ ^
앞으로 이 드라마가 쭉 진행되는 동안 금,토가 무척 즐거워질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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